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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93> 문산읍 마정리두레패보존회

입력 : 2020-02-22 08:27:24
수정 : 0000-00-00 00:00:00

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93> 문산읍 마정리두레패보존회

 

  한국 전통농악의 맥을 이어가는 마정리 두레패

- 임진강 준설사업을 백지화한 임진강생명평화축제

 

▲ 2019년 대보름 축제 모습
 

쿵덕쿵쿵덕쿵, 챙챙, 삐리리, ~ ~. 농악소리가 흥겹게 울려 퍼지던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논 밭 위로 시커먼 아스팔트가 깔리고 포클레인의 굉음소리가 포근했던 마을들을 갈가리 찢는 무지하고 잔인한 개발지상주의! 임진강 바닥을 파헤쳐 생태계를 파괴하려는 세력들에 대항하는 결기 넘치는 생명의 소리들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마정 두레패 이야기다.

대대로 밀양 박씨 들이 모여 사는 임진강변 마정리.

문산읍 최북단에 자리한 마정리는 안개 자욱한 새벽에 우물에서 용마가 튀어나왔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말 마(), 우물 정(). 또 옛날에 북쪽에서 한양으로 갈 때 말이 물을 먹고 쉬었다 가는 곳 이라 해서 말 우물로도

불린다. 마정1234리가 있는데 그중 100여 가구가 사는 마정 2리가 가장 큰 편이다.

마정리에는 마정초등학교가 있는데 지역주민들 대부분이 이 초등학교 동창생들이다.

혈연으로 맺어진 주민들이라 결속력이 끈끈하고 정들이 많다. 원주민 대부분들이 다 인척관계다.

박덕연 마정두레패 회장(75)8촌 동생이 박해연 마정두레패 총무(60).

 

 

 

 

 

 

▲ 2019년 대보름 축제 모습
 

 

각 리마다 두레패가 있었어

 

옛날에는 각 리마다 두레패가 다 있었지. 모를 심거나 김을 매거나 할 때면 사람들이 호미를 차고 풍악을 올리며 춤을 추며 논으로 갔어. 농악이 쩌렁쩌렁 울린 후, ()소리로 행수(行首:리더)가 흥나는 소리를 하면 헤이헤이 헤이 야아~’ 등의 후창을 하며 신명나게 일을 했었지. 또 각 리의 두레패들이 서로 마주치면 부락 농기(農旗)위에 묶인 장끼의 상대방 꼬리털을 먼저 뽑아오는 부락이 형님이 돼서 인사를 받는 그런 풍습이 있었지

 

박해연 두레패 총무가 마을 초입에서 운영하는 식당 요술나라에서 박덕연 마정두레패 회장을 만났다.

단단한 표정을 잠시 풀고 옛날을 떠올린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마정2리 두레패만 남았지아쉬운 표정이 살짝 비친다.

 

▲ 서울 성북구 축제에 초대받아 공연한 후 기념사진
 

얼수절수나래울 김영수 대표가 큰 역할

마정리 두레패의 탄생에는 국악인 김영수(얼수절수나래울 대표)가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마정리 어르신들을 찾아 12채의 마정리 옛가락을 살려냈다. 마을가락을 기억하고 있던 동네 어르신들이 주축이 되어 2013년 마정리 두레패가 탄생했다. 김영수 대표는 1주일에 한번 씩 마을을 찾아 농악을 가르치고 2016년부터는 마정초등학교 두레패동아리 학생들을 국악꿈나무로 키우는 등 농악사랑이 지극한 국악인이다. 결성한 2013년과 2014년도에 한국전통연희단체총연합회 프로젝트인 농어촌신바람 풍물패에 선정되어 문체부로부터 지원을 받게되었다. 덕분에 장구, 사물북, 풍물북, 꾕과리, 징 등 악기와 의상, 농기, 소고 등을 지원받게 되어 출발준비가 순조롭게 되었다. 2015년에는 경기문화재단의 일부 지원을 받아 탄탄한 행사들을 진행했다.

 

 

 

임진강생명평화축제에서 울러퍼진 마정리두레패 공연

2015년도에 가장 두드러진 활동은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서 열린 임진강생명평화축제 행사에서 마정리 두레패가 공연을 한 것이다. 전국각지에서 모인 2천여 명의 환경지킴이들에게 마정리 두레패의 존재를 알리고 해당 지역민의 염원을 알린 것. ‘물 좀 주소란 부제의 임진강생명평화축제의 주목적은 임진강 생태계 살리기였다. 농경지 침탈과 오염 등 직접적인 피해가 가는 문산읍 마정리-장단면 거곡리간 14.29Km 구간의 임진강 하천정비사업을 막자는 취지로 개최됐다. 2016년에도 강변에 살자라는 부제로 파평리 소재 율곡습지공원에서 두 번째 임진강생명평화축제 행사가 열렸고 이때에도 마정리 두레패는 신명나는 농악마당을 펼치며 소리 높여 마을 지키기에 나섰다.

이명박 정부시절 홍수를 막는다는 명분을 내걸고 임진강 바닥을 파내겠다는 임진강 준설작업은 임진강변 마을 주민들과 파주환경관련 단체들로 구성된 임진강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의 거센 저항을 받았고, 드디어 2018년 한강유역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를 부동의하여 백지화되었다. 마정리 두레패가 마을을 지키는데 길놀이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파주의 명물이 된 마정리 두레패

마정두레패는 이런저런 행사들을 거치면서 마정리와 파주의 명물이 됐다.

마을행사인 보름 굿을 비롯해, 율곡문화제, 장단콩축제, 초등학교 총동문 체육회 등에서도 농악을 신명나게 연주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약방의 감초가 됐다. “마을주민들이 바쁜 농사일정 속에서도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마을회관에 모여 저녁에 두 시간씩 김영수 국악인의 지도를 받은 덕에 이젠 내가 없어도 자체적으로 공연을 준비할 수준이 된 것 같다고 박해연 총무가 말했다. “연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더 친해지고 생활정보도 교환할 수 있어 참 유익한 것 같다며 밝은 표정을 짓는다. 마정리 두레패의 단원 수는 10여명. 단일 부락에서 두레패가 결성된 것은 경기북부에서 마정2리가 유일하다. 민족전통농악문화를 이어가는 소중한 존재이지만 풍전등화 같이 꺼질 위험도 상존한다.

 

혼자보다는 함께 연주하는 맛이 좋고 신명나

단원들의 고령화와 단원 수 감소가 거센 바람이다. 단원 수가 많을 때는 20명 가까이 활동한 적도 있었지만 워낙 고령자 단원들이다 보니 몸 상태가 나빠지면 도중하차하는 경우가 많다. 단원들의 평균 연령은 60을 넘는다. 박해연 총무가 60세인데 팀원 중에는 어린 축에 속할 정도다. 제금을 맡고 있는 이희숙님은 80세가 넘은 고령자인데도 연습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노익장을 과시한다. 꽹과리를 치는 상쇠 안정애씨(63)혼자보다는 함께 연주하는 맛이 좋고 신명나는 취미로 제격이라며 두레농악을 치켜세운다. 북을 치는 박덕연 회장은 북소리는 크게 나야 제 맛이고 크게 나는 소리 속에 리듬을 넣는 게 묘미라고 공력이 담겨있는 연주법을 알려준다.

사실 개인들이 좋아하고 관심이 가서 농악을 하지만 고향에 대한 애착과 옛 어른들이 연출했던 생생한 기억들이 이들 마음 깊숙이 자리 잡지 않았더라면 마정리 두레패는 결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 5회째 정월대보름맞이축제, 코로나로 취소

원래 마정리 두레패는 지난 28일 정월대보름 행사를 위해 오랜 준비를 하고 마을회관에 걸 두레패의 현판식까지 계획했었다. 두레패 외연확장의 출발로, 볏짚 태우기, 지신밟기, 고사, 두레농악, 척사대회 등 다채롭고 멋진 행사를 준비해왔다. 특히 올해는 고양파주두레생협 조합원들과 시민단체들도 참여하기로 약속까지 받았다. 이를 위해 사전 준비회의를 하며, 참여자들이 너무 많을 거라 예상하며 오곡밥과 나물반찬을 준비하기로 했다. 올 해 보름날은 날씨까지 포근하고 청명해 최고의 행사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염려 때문에 행사가 전격 취소되었다. 아쉽기 그지 없는 일이다.

 

끝까지 두레패를 놓지 않고 계승할 터

 

마정리 두레패는 앞으로 마정초등학생들과 기존멤버들이 어울려 동문체육대회에서 같이 공연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꿈나무들에게 두레농악의 느낌을 전수함과 동시 그들에게 농악의 얼을 심기 위함이다. 박덕연 회장은 젊은 사람들이 두레농악에 관심을 가져야 두레패가 보존될 터인데 관심들이 없어 큰 일이라며 걱정을 하면서도 끝까지 두레패를 놓지 않고 계승할 결심을 보인다.

내가 어릴 적 동네 어르신들이 두레농악을 하는 걸 보고 자랐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던 가락이 떠오른걸 보면 마정초등학생들이 어른이 돼서 다시 농악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시간이 좀 흘러 몸들이 회복되면 쉬었던 회원들도 돌아올 것이라며 마정리 두레패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내비쳤다. “끝까지 두레패를 놓지않고 계승할 거여그의 목소리에 삶의 무게가 실려있었다.

 

문의 박덕연 회장: 010-4228-7689

박해연 총무: 010-8711-9481

 

김석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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